금융 억압 시나리오 (Financial Repression)
2차 세계 대전 동안 미국은 무기 생산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였다. 전쟁전에 debt to gdp 가 50% 정도였는데, 전쟁이 끝나고 난뒤에 120%까지 치솟았다. 이렇게 높았던 debt to gdp ratio는 1970년에 20%대로 하락하게 된다. 그 사이에 무슨 마술을 부린 것일까?
미국정부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부 주도로 federal reserve bank에게 미국 정부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게 하면서 국채 이자를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유지했고, 실질 이자율은 마이너스인 상태가 10년가량 지속되었다. 이런 정책을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 이라고 한다.
세금은 물가 상승률에 따라 증가한 반면, 국채 이자율은 낮았으므로 미국 정부는 빚을 손쉽게 갚을 수 있었고 gdp대비 국채비율은 20%까지 하락하였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이자율을 낮추고, Fed가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하였으므로 경제 시스템에는 유동성이 넘쳐났다. 전쟁이후 1970년까지 경제는 활황을 유지했다. 1946년부터 1970년까지 주식은 매년 20~30% 의 수익율을 기록한 반면, 채권 수익률은 물가보다 낮았으므로 재미가 없었다.
지금 현재의 미국상황은 2차 세계대전때의 미국 경제 상황과 비슷한 점이 있다. 먼저,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여러 전쟁을 치뤄왔다. 코로나,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러시아, 이란, 아프카니스탄,..... GDP대비 국채 비율도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시점과 비슷한 123%를 기록하고 있다.
높은 국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일 수도 있겠으나, 이렇게 할 수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미국은 2년마다 선거가 있으므로 정치인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예를 들면 1946년에 전쟁이 끝나서 무기 생산이 필요하지 않게 되어 방위비 지출을 줄였던 그런 비슷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시나리오는 불가능에 가깝다.
작년부터 미국 대통령이나 정부 인사들이 Fed 총재에게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현 현정부의 정책방향은 금융 억압인 것 같다. 만약 정부의 의도대로 Fed를 통제해서 금리를 낮추고 미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와 마찬가지로 채권을 제외한 다른 자산은 크게 상승할 수 있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금융시장 상황을 뒤돌아보면 이런 시나리오는 어느정도 시장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식은 두자리수 수익률을 거둔반면 채권의 가격상승은 거의 없었다.
2차 대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른 점도 있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원하는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2차 대전 이후는 베이비 붐 시대였고, 지금은 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다. 베이비 붐 시대는 가정지출이 늘어나는 시기였고, 은퇴가 늘어나는 향후 20년은 가정 지출이 줄어드는 시기다.
베이비 붐 시절에는 젊은 가정이 많았으므로 주식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반면, 향후 20년간은 퇴직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퇴직자 증가 -> 채권 수요 증가 -> 금융억압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 -> 수요감소" 로 이어지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때는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투자자들의 반응이 신속하다. 국채의 대안으로 해외채권 수요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도 힘들어졌다.
정책방향 자체는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가 주식을 밀고 채권을 억압하는 형국이다. 정책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진행중인 여러 전쟁을 마무리 짓고, 중앙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되찾아야 하고, 2차 대전이 끝난 후 군인들이 직장을 찾기까지 GDP가 10% 하락했 듯이 AI와 퇴직 증가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함도 지나야 한다. 현재 미국정부의 지출이 전쟁들의 종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소하게 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여러 잠재적인 요인들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분산투자 예를 들어 주식 60: 채권 40 정도를 유지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배당주, 우선주, 경기 방어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도 좋고, 현재 국채 이자율이 높으므로 국채나 투자등급 채권도 적절해 보인다.
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금융억압을 실행하는게 거의 확실해 보이는 시점이 되면 주저하지 말고 주식에 투자할 생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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