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국민 투표의 변.

왕복 일곱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 투표지에 인주를 찍고 나왔다. 후배를 만나고 '청기와'에서 맛있는 걸 먹는다는 기대.. 뚜레주르에서 집사람과 아이가 좋아하는 빵을 사올 수 있다는 변명으로 그 일요일을 잘 보냈다고 위안삼았다. 

사실 빵과 맛있는 음식은 콜럼버스에서도 대충 해결이 가능하다. 후배는 나중에 날이 풀리면 골프를 같이 쳐도 됐다. 

난 왜.. 꼭 재외국민투표를 하러 갔을까. 그가 주는 지역화폐도 청년배당도 나에겐 아무 상관 없는 일인것을 왜 갔을까.. 

이재명의 정책은 좋은 것도 있고 안좋은 것도 있을 것이다. 사실 상관 없다 나에겐.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분명 나보다는 경제나 금융에 대해 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 역시 나에게 큰 상관이 없다.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점은 외국에 사는 사람으로 대한민국에서 왔다는게 쪽팔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덜 쪽팔릴 것 같았다. 더불어 윤석열의 배우자가 영부인이 되면 너무나 쪽팔릴 것 같았다.

윤석열의 배우자가 과거 콜걸이었다는 증언과 증인들이 등장한 상황은 내가 인내할 수 있는 대통령과 영부인 자격의 하한선을 한참 밑돈다. 

외국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나라 정상이 다른나라 정상들과 마주할 때 최소한 쪽팔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서구사회일지라도 삶의 자취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문재인과 김대중이 외국 정상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삶이 존경할만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특전사 근무, 인권변호사 경력은 외국정상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삶의 자취였다. 김대중의 힘겨운 민주화 운동 경력 역시 어지간한 외국정상들은 상상할 수 없는 삶이었다. 

이재명, 윤석열 둘다 솔직히 청출어람이 될 재목들은 아니다. 그런데 윤석열 처의 범죄 혐의와 삶의 자취. 나는 도저히 그들을 청와대에 가게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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